로스쿨 첫 학기 회고
한 학기 동안의 나를 돌아보며
로스쿨 첫 학기를 마쳤다. 성적은 헌법 기본권론, 민법총칙, 채권각론, 형법총론 모두 A+를 받았다.
결과를 확인했을 때는 정말 기뻤다. 다만 그 기쁨이 오직 정량적인 결과 때문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자신했던 것도 아니고, 학기 중에는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꾸준함을 이어가보자는 마음으로 보낸 한 학기가, 다시 천천히 돌이켜보아도 크게 후회할 부분 없이 끝났다는 사실이 가장 좋았다.
처음에는 뒤처지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입학할 때 세운 목표는 솔직히 소박했다. “평균 이상만 하자. 뒤처지지만 말자.”
로스쿨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다. 나에게는 이런 집단 안에서 제대로 경쟁해보는 일도 사실상 처음에 가까웠다. 더구나 나는 오랫동안 개발자로 일하다가 입학했다. 이전의 경력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법학 공부와 수험이라는 면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적응해야 했다.
민법은 입학 전에 한 차례 선행하고 왔다. 당시에는 다들 그 정도는 공부하고 들어온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큰 이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학기를 지나고 보니, 민법 선행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되었다. 이미 전체 체계를 한 번 본 덕분에 수업을 따라갈 때 길을 잃는 일이 줄었고,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과목에 나누어 쓸 수 있었다.
그 외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루에 십수 시간씩 공부할 자신은 없었지만, 시험기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곱 시간 정도는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순간적인 공부량보다 꾸준함과 집중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기대를 걸었다.
루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작하기
주중에는 집에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내려 학교에 갔다. 작은 일이지만, 매일 비슷한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좋았다.
오전 수업을 마치면 방금 들은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복기했다. 학기 중에는 대개 하루 한 끼만 먹고는 해서 점심을 건너뛰는 날이 많았고, 그 시간에 수업 내용을 정리하곤 했다. 이 부분은 공부법이라기보다 당시의 개인적인 생활 습관에 가까웠다.
오후 수업까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직접 해 먹었다. 커피와 요리가 학기 중의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식사 뒤에는 꽤 길게 쉬었다. 공부를 붙잡은 채 어정쩡하게 쉬기보다는, 한동안은 아예 책에서 손을 놓고 머리를 식히려고 했다. 충분히 쉰 다음 밤에 다시 책상에 앉아 남은 공부를 하고 잠들었다.
평소에는 강의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네 시간 정도의 순공 시간이 나왔다. 시험기간에는 일곱 시간 정도로 늘었고, 주말에는 열 시간 가까이 공부한 날도 있었다. 주말이라고 따로 휴식일을 두지는 않았고, 수업이 없는 만큼 오히려 공부 시간을 더 확보했다.
물론 늘 같은 강도로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한 번쯤은 이대로 계속하면 완전히 퍼지겠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에는 공부를 아예 놓는 대신 하루 공부량을 두 시간 정도로 줄였다. 사실상 쉬는 날에 가깝게 보내되 흐름만은 끊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간단히 마무리하고, 일찍 잠에 들고 개운하게 일어나면 다음 날에는 금방 원래 페이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 내가 지키려고 했던 것은 매일 최대치를 찍는 일이 아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속도를 줄이더라도, 공부하는 생활 자체를 놓지 않는 것이었다. 절대적으로 루틴을 지키고, 집중할 때에는 단순히 양보다는 ‘퀄리티 높은’ 집중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부의 중심은 결국 수업이었다
학기 초부터 세운 원칙은 단순했다. 수업에 집중하고, 수업 전후의 예습과 복습을 밀리지 않는 것.
수업에서는 개별 문장을 받아 적는 것보다 교수님의 ‘플로우’를 따라가려고 했다. 어떤 순서로 논리를 쌓는지, 왜 이 대목에서 해당 판례를 언급하는지, 어느 부분을 길게 설명하고 어느 부분은 빠르게 넘어가는지를 보려고 했다. 학교 수업은 인터넷 강의나 학원 강의와는 다른 고유한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과목을 공부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
의외로 학기 중에는 기본서를 아주 많이 보지 않았다. 헷갈리는 개념을 확인할 때 참고하는 정도였다. 강의안을 사용하는 수업에서는 강의안을, 교수저를 사용하는 수업에서는 교수저를 중심으로 반복해서 읽었다. 자료를 무작정 넓히기보다 수업에서 다룬 범위를 먼저 제대로 이해하려고 했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공부한 내용을 나만의 요약 자료로 압축했다. 흔히 말하는 ‘찌라시’ 형태였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깔끔한 자료라기보다, 내가 나에게 설명하기 위한 문서에 가까웠다. (그래서 다소 난해하기도 했지만, 나만 볼 자료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내 말로 바꾸고, 내가 외우기 쉬운 순서로 다시 배치했다.
정리하면서도 계속 물었다. 이 문장을 읽으면 다음 논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가. 시험장에서 이 표현을 그대로 꺼낼 수 있는가. 이해하지 못한 채 옮겨 적은 문장은 결국 잘 외워지지 않았고, 조금 투박하더라도 내 언어로 바꾼 내용은 훨씬 오래 남았다.
스터디
입학 전에는 스터디를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 혼자 공부하는 데 익숙했고, 공부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개강하고 몇 주가 지난 뒤 OT조 친구들과 스터디를 꾸렸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저녁에 모여 서로 쟁점을 설명하고 수업 내용을 복기했다. 시험기간에는 각자 OX 문제를 만들어 한데 모은 다음 함께 풀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애착 프로젝트, Law Solver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스터디에서는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더 깊게 생각해 보고, 말해보고, 다시 듣게 되었다. 머릿속에서는 이해한 것 같았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문장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 지점이 곧 내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다른 사람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을 들으면서, 혼자 공부할 때에는 보지 못했던 논리의 흐름도 발견할 수 있었다.
OX 문제를 만드는 과정도 도움이 되었다. 판례 문구의 어느 부분을 바꾸면 결론이 달라지는지 생각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더 꼼꼼히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스터디는 공부 면에서도 학기 생활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헌법 기본권론, 결정례의 논증을 따라가기
헌법은 이번 학기에 가장 애정을 가졌던 과목이다. 국가작용과 개인의 기본권이 마주하는 구조가 흥미로웠고, 하나의 문제를 판단하면서 개인의 권리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사정까지 살피는 논증 방식도 좋았다. 다만 민법과는 사고방식의 결이 꽤 달라, 두 과목을 오갈 때에는 머릿속의 모드를 바꾸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헌법에서는 소위 ‘템플릿’이라고 부르는 필수 기재 사항과 기본권의 의의 등을 확실히 암기했다. 시험장에서 기본 구조부터 새로 고민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 마디로, 툭 치면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외워둔 템플릿만 먼저 갈겨 둔 다음, ‘프리스타일’로 논거를 작성하는 식인 것이다.
그 대신 실제 기본권 심사의 논거는 헌재 결정례의 원문에서 많이 얻으려고 했다. 결정례를 가능한 한 많이 읽고, 결론만 외우기보다 왜 그런 판단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했다. 결정에 담긴 여러 의견과 논거를 읽어두면, 처음 보는 사안에서도 답안에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조금씩 생겼다.
헌법은 외워둔 틀 위에 판례에서 읽은 논거를 얹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내가 좋아했던 과목이라 여러 결정문을 읽는 과정 자체도 비교적 즐거웠다.
민법총칙, 교수저를 빈틈없이 읽기
민법총칙은 가장 ‘깊이 있게’ 공부한 과목이었다. 선행의 도움으로 전체 체계를 한 번 보고 들어온 덕분에 개별 쟁점이 전체 민법의 어떠한 후속 쟁점들과 엮이는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고, 강약조절도 수월해졌기에 수업에서 다루는 세부적인 논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아득한 논리의 깊이가 나름 마음에 들었다.
이 과목은 교수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책을 빈틈없이 읽는 것이 중요했다. 다른 자료를 넓게 보기보다는 교과서의 세세한 문장과 판례, 사례 구조, 교수님이 수업에서 강조하신 내용까지 반복해서 확인했다. 소위 ‘이게 변시에 나오냐’ 라는 의구심도 있을 법 했지만, 민법의 ‘체급’을 높여둔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깊이, 아주 깊이 공부했다.
가장 까다롭게 느낀 부분 중 하나는 대리였다. 소멸시효도 복잡했지만 반복해서 보다 보면 나름의 규칙이 보였다. 반면 대리는 여러 당사자가 등장하고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관계가 훨씬 다양하다 보니, 법리를 알고 있더라도 사실관계를 잘못 포섭하면 완전히 잘못 풀어버릴 리스크가 컸다. 연습문제를 풀 때도 ‘아 내가 민법을 잘하는구나’ 하면서 신나게 풀고서는, 답안을 보니 중간쯤에 아예 다른 길로 빠져버린 걸 보고는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이런 교훈 덕분인지 기말 무렵에는 사례를 읽을 때 사실관계와 청구 내용을 세세하게 확인했다.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염두에 둔 다음 전체 사실관계를 다시 읽고, 각 요건에 들어갈 수 있는 사실들을 표시했다. 단순히 사건의 이야기를 따라 읽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법률적인 의미를 붙이며 읽는 연습을 하려고 했다.
채권각론, 판례를 빠르게 꺼내는 연습
채권각론에서는 판례를 끊임없이 암기했다. 기본 법리는 이해하고 나면 비교적 단순한 부분도 있었지만, 판례가 매우 많았고 법리만으로 결론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모르면 틀려야 하는” 판례들이 있었다.
그래서 채권각론에서는 놓아도 될 판례를 고르기보다, 가능한 한 모르는 쟁점과 판례를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공부했다. 선택형 문제를 풀고 틀리면 정답만 확인하지 않고, 오답 선지에 연결된 판례까지 다시 읽었다. 나중에는 틀린 문제들만 모아서 다시 풀었다. 한 학기 동안 이렇게 공부하면서 거의 1000개 정도의 판례를 외웠던 것 같은데, 그것들을 머리속에 넣어놓고 다시 기본서를 읽어보니 익숙한 문구들이 눈에 보이자마자 결론까지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시험은 최고 수준의 집중력과 순발력이 필요했다. 중간시험 때에는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었지만, 기말시험은 훨씬 빡빡했다. OX, 5지선다형, 사례형의 쟁점을 거의 반사적으로 처리해야 했다. 하나를 오래 붙들고 생각했다면 끝까지 풀기 어려웠을 것이다. 깨끗한 정신 상태에서 문제를 빠르게 읽고 판례와 쟁점을 곧바로 꺼내는 연습이 필요했고, 실제 시험에서도 그렇게 문제를 처리하고 나니 정확히 시간이 끝나 있었다.
형법총론, 강약을 나누어 공부하기
형법총론은 교수님이 수업에서 두는 강약에 맞추어 공부했다. 모든 학설을 같은 깊이로 정리하지는 않았다. 학설 대립이 실제 결론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쟁점은 견해와 논거를 자세히 보았고, 나머지는 판례와 기본 법리를 중심으로 간단하게 정리했다.
형법 사례에서는 쟁점을 누락하지 않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느꼈다. 큰 구조를 알고 있더라도 행위자별, 쟁점별로 검토할 부분을 하나 놓치면 답안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문제를 풀고 모범답안과 비교할 때에도, 단순히 결론이 맞았는지보다 놓친 쟁점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했다.
암기는 가능한 한 많이 하려고 했다. 다만 여러 번 보아도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내용까지 완벽하게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런 부분은 모든 학설과 논거를 어설프게 기억하기보다, 최소한 판례의 결론만큼은 확실히 가져가려고 했다. 시험 준비에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무엇을 깊게 보고 무엇을 최소한으로 남길지 정하는 일도 필요했다.
문제를 풀고 난 뒤가 더 중요했다
시험기간에는 평소보다 공부시간을 늘리는 한편, 문제풀이의 비중도 높였다. 사례형 문제를 푼 뒤에는 모범답안과 비교하면서 놓친 쟁점을 모두 체크했다. 선택형 문제는 틀린 선지와 관련된 판례를 다시 꼼꼼히 읽고, 시간이 지난 뒤 틀린 문제만 다시 풀었다.
같은 오답이라도 이유는 달랐다. 사실관계를 이상하게 이해한 경우가 있었고, 법리를 알면서도 연결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으며, 생각지도 못한 쟁점을 건너뛴 경우도 있었다. 왜 틀렸는지를 구분해야 다음 공부에서 보완할 수 있었다.
결국 시험장에서 필요한 것은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쟁점을 발견하고, 필요한 법리를 떠올리고, 제한된 시간 안에 답안으로 현출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했다. 시험기간에는 평소보다 더 악착같이 암기했던 것도, 머릿속에 넣는 것만큼 빠르게 꺼내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공부만으로 보낸 학기는 아니었다
학기 초에는 공부 자체보다 아직 친구들과 어색하다는 사실이 더 무섭기도 했다.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경쟁을 시작했는데,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도 많지 않았다.
OT조 친구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스터디를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졌다. 가장 지칠 때에도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정감과 안도감을 찾을 수 있었다. 공부는 각자 해야 했지만, 한 학기를 버티는 일까지 혼자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테니스 동아리에 들어간 것도 잘한 선택이었다. 테니스 경험이 없었는데도 호기롭게 가입해 봤는데, 동아리 첫 날부터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라켓을 샀다. 친구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덤으로 학교 레슨도 받으면서 테니스 실력도 꽤 많이 늘었다. 시험과 공부 이야기에서 잠시 벗어나 땀을 흘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번 학기를 공부만으로 버틴 것은 아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함께 밥을 먹고 공부하고 운동한 시간이 있었기에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마치며
시험을 모두 마친 직후에는 결과를 거의 예상하지 못했다. 헌법은 좋아했던 과목이라 어느 정도 잘 보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나머지 과목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다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했고, 시험이 끝난 뒤 더 공부했어야 했다는 후회는 크지 않았다.
성적이 모두 나온 뒤에는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다. 전 과목 A+, 수석이라는 결과도 물론 기뻤지만, 그보다 후회 없이 한 학기를 보냈다는 사실이 좋았다. 내가 세운 방식대로 꾸준히 공부했고, 힘들 때에는 속도를 조절했으며, 수업과 복습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 과정이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작은 자신감도 얻었다.
그렇다고 이번 성적이 다음 학기까지 무엇인가를 보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목도 달라지고 시험도 달라질 것이며, 첫 학기에 민법 선행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도 사실이다. 좋은 친구들을 만난 일과 여러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덕도 컸다.
다만 이번 학기를 통해 나에게 잘 맞는 공부 방식은 조금 알게 되었다. 매일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흐름을 끊지 않는 것. 수업의 논리를 따라가고, 공부한 내용을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것. 과목마다 요구하는 사고방식을 구분하고, 틀린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는 것. 그리고 힘든 시간을 혼자 견디려고만 하지 않는 것.
처음에는 그저 뒤처지지 않고 한 학기를 마치는 것이 목표였다.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받았지만, 지금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뿌듯함보다는 안도감에 가깝다. 처음 시작한 로스쿨 공부를 나름의 방식으로 끝까지 해냈고, 돌아보았을 때 크게 후회할 곳이 없는 한 학기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첫 학기는 충분히 좋았다.